변호사와 함께 합의안을 준비하면서 가장 막막했던 부분이 '얼마를 제시해야 하는가'였습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이미 피해자 측과 한두 번 접촉이 있었지만, 당시엔 저도 정신이 없었고 상대방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몇 개월이 지나고, 변호사를 선임한 후 본격적으로 합의 협상에 나섰는데, 생각보다 복잡한 부분들이 많더군요.
우선 합의금 액수를 정할 때 변호사가 제시한 기준들이 도움이 됐습니다. 비슷한 혐의의 판례들, 피해자의 명시적 피해 정도, 본인의 경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저는 합리적인 수준에서 첫 제시를 했는데, 상대방 변호사로부터 온 답장이 생각보다 차분했습니다. '거절'도 아니고 '수용'도 아닌, 일종의 '검토 중'이라는 신호였습니다. 그 와중에 상대방이 추가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는데, 처음엔 그게 지연 전술인가 싶어 불안했습니다.
변호사에게 물어보니 이건 흔한 패턴이라고 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합의금이 적절한 수준인지, 본인의 피해 정도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재확인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 쪽에서 추가로 반성문과 치료 기록, 교육 이수 현황 같은 자료들을 정리해서 보냈습니다. 단순히 '죄송합니다'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변화하려는 노력이 눈에 보이게끔 말입니다.
이 과정에서 깨달은 게 있는데, 합의 협상이라는 게 결국 상대방을 설득하는 작업이라는 겁니다. 금액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뒤에 있는 진정성이 전달돼야 한다는 뜻입니다. 변호사가 "합의서에 서명하는 순간이 언제인지는 상대방이 결정한다"고 말했을 때, 그제야 제 입장만 생각하던 태도를 고쳐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지금 현 상황은 상대방 쪽에서 최종 검토 단계인 것 같습니다. 합의금에 대한 직접적인 거절은 없었지만, 합의 체결까지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혹시 이 과정에서 상대방이 추가 요구사항을 낼 가능성이 높은지, 아니면 현재 수준의 제시안이 어느 정도 수용 가능한 선인지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변호사는 "너무 성급해하지 말고, 상대방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는 것도 전략"이라고 했는데, 이 대기 상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혹은 우리 쪽에서 먼저 움직여야 하는 시점이 있는 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