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퇴근하면서 생각해봤는데 1심 선고받은 지가 벌써 한 달이 지났더라. 그동안 엄청 빨리 간 것 같기도 하고 되게 길게 느껴지기도 하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선고 당일은 진짜 머리가 하얀 종이가 된 것처럼 아무것도 못 들었거든. 변호사님 말만 계속 듣고 의식 없이 따라다니다가 집에 와서 한 시간을 그냥 멍하니 소파에 앉아 있었어. 밥도 못 먹고.
근데 이제는 좀 달라진 것 같아. 처음 몇 주는 계속 불안감이 있었고 회사에서도 좀 흐리멍텅한 상태로 일했는데 이제는 좀 정신이 돌아온 느낌이야. 다음 스텝을 봐야 하니까 변호사님 사무실도 다시 가야 하고 뭔가 준비할 게 많긴 한데 전에보다는 덜 두렵더라. 신기하지? 인간은 정말 적응의 동물인가 봐.
헬스도 다시 제대로 나가기 시작했어. 지난달엔 정신이 없어서 헬스도 휴회 상태였거든. 어제도 가서 스쿼트 하고 왔는데 다리가 후들거렸어 ㅋㅋ 근데 그 느낌이 좋았어. 뭔가 몸이 살아나는 기분이랄까. 야식도 자제하고 있고 이번 달은 좀 자신감 있게 생활해볼 생각이야. 물론 아직 끝난 건 아니지만 일단 현실을 받아들인 것 같아서 그런지 마음이 좀 편해진 거 같아.
사건 얘기는 이쯤만 하고 요즘 궁금한 거 있으면 조용히 찾아보거나 변호사님한테 직접 물어보기로 했어. 여기서 읽다 보면 겁만 더 많아지는 것 같거든. 대신 앞으로도 이렇게 나름의 근황들은 이따금 올려볼 생각이야. 같은 상황의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버티는지 보면서 힘내는 것도 괜찮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