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 학교 상담이 있었다. 담임선생님 얘기로는 요즘 아이 성적도 안정적이고 학교생활도 잘 한다고 하셨다. 작년 이맘때쯤과는 정말 다르다. 그때는 내가 집에 없는 날이 많았고, 아내가 혼자 다 감당하느라 아이도 불안정했던 것 같다.
상담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물었다. "아빠, 이번 주말에 뭐해?" 요즘 이런 질문이 나한테는 신기하다. 작년엔 아이가 내게 물어본 적이 거의 없었다. 나도 답할 게 없었고. 어제는 "시간 나면 넌 뭐 하고 싶은데?"라고 되물었다. 아이가 "아빠랑 영화 보고 싶어"라고 했다.
가장으로서 뭔가 해줘야 한다는 생각은 예전보다 덜하다. 지금은 그냥 옆에 있으면 되는 거라는 걸 알았다. 함께 밥 먹고, 영화 보고, 일상적인 말 주고받는 것. 그게 전부인 줄 알면서도 작년엔 그걸 못 했다.
아내도 요즘 표정이 많이 부드러워졌다. 내가 집에 있으니 집안일도 함께할 수 있고, 아이 숙제 봐달라고 할 때 아내가 혼자 짜증내지 않아도 된다. 작은 변화지만, 집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이번 상담에서 선생님이 한 말이 자꾸 떠오른다. "아이가 아버지와의 시간을 기대하고 있어요." 그 말 듣는데 눈이 좀 따끈했다. 1년 전만 해도 그런 기대를 줄 수 없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완벽하진 않지만, 아이가 내게 기대를 걸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주말에 영화 보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