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 준비 기일을 앞두고 변호사랑 통화하다가 예상 밖의 얘기를 들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진술 녹화가 있었는데, 이걸 양형자료로 제출할 수 있냐는 건데 변호사 입장은 "신중해야 한다"라고 했다. 처음엔 내가 반성하는 모습을 직접 법원에 보여주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말이 복잡했다.
변호사 설명을 정리해보니 핵심은 이거였다. 진술 녹화자료는 애초에 수사기관의 진행 상황을 기록하는 것이고, 법원에 제출하는 양형자료와는 다른 성격이라는 거다. 특히 내 경우처럼 혐의를 일부 부인했거나 입장을 수정한 게 있으면, 그 영상이 오히려 선고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당시 경찰 조사 때는 심리 상태도 복잡했고, 진술도 일관성 있게 나왔다고 보긴 어렵다.
그래서 변호사가 제시한 대안은 따로 준비하는 거였다. 반성문, 성인지교육 이수증, 그리고 지금 현재의 내 심정과 태도를 담은 추가 진술서나 의견서 같은 형태로. 이런 자료들이 법원 제출용으로는 훨씬 낫다는 게 그 이유였다. 왜냐하면 거기엔 시간이 흘렀고, 사건을 충분히 성찰했으며, 피해자와도 합의했고, 재범 위험이 낮다는 내용을 일관되게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는 또 한 가지 언급했는데, 진술 녹화자료를 제출하면 검사 측에서 반박 자료로 다시 제출할 여지가 생긴다고 했다. 그럼 애초 의도와 다르게 법정 싸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양형자료라는 게 결국 판사를 설득하는 자료인데, 싸움으로 들어가면 그런 역할을 못 한다는 거다.
지금 상황을 정리하면, 경찰 조서나 진술 녹화자료 같은 건 법원이 이미 판례와 함께 보유하고 있다. 내가 새로 제출해야 할 것들은 그 이후의 변화를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어떻게 달라졌는지, 지금 현재 어떤 마음가짐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건지 같은 것들. 변호사 입장에서 보면 그게 훨씬 설득력 있는 양형 근거가 된다고 했다.
사건 초기에는 모든 자료를 다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선별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좋은 의도도 중요하지만, 법정에서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진술 녹화자료도 그중 하나다. 나한테는 그냥 진술이고 혐의를 받는 과정일 수 있지만, 법원 입장에서는 '현재 당사자가 왜 지금 와서 이걸 제출하는가'에 관심을 갖는다는 거다. 그 관심이 긍정적으로 향하게 만드는 게 변호사의 역할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