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송치 후 처음으로 변호사와 양형자료 구성을 논의했는데, 생각보다 준비할 게 많더라. 그 과정에서 궁금해진 부분이 있어서 글을 남긴다. 경찰 조사 때 남겨진 신문진술조서가 있잖아. 그걸 법원에 제출하는 양형자료로 포함시킬 수 있는지 변호사한테 물어봤다.
변호사 답변은 명확했다. 신문진술조서 자체는 법원 제출용 양형자료가 아니라고 했다. 조서는 수사 단계의 기록일 뿐이고, 법원이 양형 판단할 때 직접 참고하는 자료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다만 조서에 남겨진 내 진술 내용이 진정성 있다면, 그걸 토대로 반성문을 더 설득력 있게 쓸 수 있다는 조언이었다. 즉 조서 자체를 제출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나의 진술이 반성문이나 진단서 같은 다른 자료와 일관성 있게 연결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깨달은 게 있다. 처음엔 내가 준비하는 양형자료가 무조건 많을수록, 종류가 많을수록 좋을 거라고 생각했다. 근데 알고 보니 각각의 자료가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고, 법원이 실제로 판단 근거로 삼는 것과 단순 참고자료의 구분이 있다는 거다. 반성문, 진단서, 교육 이수증, 합의서, 추천서 같은 것들은 법원이 직접 검토하는 양형 자료다. 반면 신문진술조서, 경찰 피의자 신문 기록 같은 건 이미 수사 파일에 있는 것들이라 굳이 중복으로 제출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오히려 변호사는 내가 준비하려는 자료들 사이에 논리적 모순이 없는지, 각각이 법원에 설득력 있게 전달되는지에 더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지난주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단서 준비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진단서만 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진단서에 나타난 상태가 내 행위와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지, 그리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반성문에서 명확히 서술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 진단서와 반성문이 서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자료를 모으는 단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각 자료가 법원 판단에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는지 점검하는 단계에 있다는 걸 느낀다.
앞서 작성했던 반성문을 다시 읽어보니 진단서 내용과 맞지 않는 부분이 몇 개 있었다. 변호사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이, 진단서가 나온 후 반성문을 한 번 더 다듬는 게 일반적인 과정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준비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각 단계별로 자료를 모으면서 전체 구성을 다시 조정한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들으니 약간 마음이 놓였다. 지금까지의 준비가 비효율적이었던 게 아니라,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는 뜻이니까.
이제 남은 건 진단서를 받은 후 반성문을 최종 수정하고, 교육 이수증을 받기만 하면 기본 양형자료 패키지가 완성될 예정이다. 합의 진행도 변호사와 함께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체계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