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손주놈이랑 처음으로 산에 다녀왔어. 아직 일곱 살이라 큰 산은 못 가고 우리 동네 뒷산 정도면 딱 좋을 것 같았는데, 아이고 그게 얼마나 신경 쓰이던지. 아내는 "그냥 가만 앉아만 있어" 하면서 자꾸 내 팔을 잡으라고 해더라. 근데 놈이 한 번 산길에 발을 디디니까 그 작은 다리로 자기가 걸어가겠다는 거야. 얼굴도 붉어지고 쌕쌕거리긴 하는데 자존심 때문인지 계속 앞으로 나가더라고.
중간쯤 올라갈 때 돌멩이에 걸려 넘어질 뻔했어. 그 순간 내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거 있지. 요즘 나이 땈데도 손주 한 명 때문에 이렇게 어른스러워지는구나 싶었어. 서둘러 일으켜줬는데 막 울 줄 알았는데, 아이가 "할아버지 봤어? 넘어졌는데 괜찮아" 이그래더라고. ㅋㅋ 그렇게 무섭던 게 한순간에 고맙고 뿌듯하고 그랬어.
정상 근처에서 도시락을 먹었는데, 아내가 준비한 김밥이 손주 입에는 딱이었나봐. 먹는 모양이 진짜 귀여워서 자꾸 사진을 찍었어. 아내가 "또 찍어? 이미 백장이 넘었어" 하면서 놀려댔지만 난 상관없었어. 손주 좋아하는 아빠의 마음이라는 게 나도 이제야 알겠더라고.
하산길은 내가 손을 잡고 천천히 내려왔어. 발걸음도 조심조심하고, 돌도 밟고, 몇 번 멈춰서 쉬기도 했는데 그 과정이 다 소중하더라. 처음엔 손주가 산을 완주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내려오면서 느낀 건 함께 걷는 그 시간 자체가 전부더라는 거였어. 내가 예전에 혼자 등산할 때는 몰랐던 거네.
집에 와서 손주는 금방 쿨쿨 자버렸어. 그 모습을 봤을 때 뭔가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어. 이런 시간들이 얼마나 귀한 건지,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자꾸 자꾸 드는 것 같아. 다음 달에는 손주 엄마도 함께 더 높은 산을 가보자고 했거든. 아직 손주가 완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함께 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어.
요즘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손주 옆에서 묵묵히 손을 잡아주고 길을 함께 걷는 것, 그게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졌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제는 진짜 그렇게 느껴진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