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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 첫 등산, 아빠 심장이 철렁했어

익명사용자· 약 2개월 전· 👁 15· ♥ 4· 💬 4

지난 주말에 손주놈이랑 처음으로 산에 다녀왔어. 아직 일곱 살이라 큰 산은 못 가고 우리 동네 뒷산 정도면 딱 좋을 것 같았는데, 아이고 그게 얼마나 신경 쓰이던지. 아내는 "그냥 가만 앉아만 있어" 하면서 자꾸 내 팔을 잡으라고 해더라. 근데 놈이 한 번 산길에 발을 디디니까 그 작은 다리로 자기가 걸어가겠다는 거야. 얼굴도 붉어지고 쌕쌕거리긴 하는데 자존심 때문인지 계속 앞으로 나가더라고.

중간쯤 올라갈 때 돌멩이에 걸려 넘어질 뻔했어. 그 순간 내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거 있지. 요즘 나이 땈데도 손주 한 명 때문에 이렇게 어른스러워지는구나 싶었어. 서둘러 일으켜줬는데 막 울 줄 알았는데, 아이가 "할아버지 봤어? 넘어졌는데 괜찮아" 이그래더라고. ㅋㅋ 그렇게 무섭던 게 한순간에 고맙고 뿌듯하고 그랬어.

정상 근처에서 도시락을 먹었는데, 아내가 준비한 김밥이 손주 입에는 딱이었나봐. 먹는 모양이 진짜 귀여워서 자꾸 사진을 찍었어. 아내가 "또 찍어? 이미 백장이 넘었어" 하면서 놀려댔지만 난 상관없었어. 손주 좋아하는 아빠의 마음이라는 게 나도 이제야 알겠더라고.

하산길은 내가 손을 잡고 천천히 내려왔어. 발걸음도 조심조심하고, 돌도 밟고, 몇 번 멈춰서 쉬기도 했는데 그 과정이 다 소중하더라. 처음엔 손주가 산을 완주하는 것만 생각했는데, 내려오면서 느낀 건 함께 걷는 그 시간 자체가 전부더라는 거였어. 내가 예전에 혼자 등산할 때는 몰랐던 거네.

집에 와서 손주는 금방 쿨쿨 자버렸어. 그 모습을 봤을 때 뭔가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어. 이런 시간들이 얼마나 귀한 건지, 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자꾸 자꾸 드는 것 같아. 다음 달에는 손주 엄마도 함께 더 높은 산을 가보자고 했거든. 아직 손주가 완주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함께 가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어.

요즘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손주 옆에서 묵묵히 손을 잡아주고 길을 함께 걷는 것, 그게 바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졌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이제는 진짜 그렇게 느껴진다고.

댓글 4

🌲· 약 2개월 전
글을 읽으면서 제 마음도 철렁했어요. 손주분이 넘어질 뻔했을 때의 그 느낌, 정말 잘 알겠습니다. 저도 남편 일을 겪으면서 처음으로 가족의 소중함이 얼마나 깊은 건지 깨달았거든요. 그때는 하루하루가 버티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함께 걷는 그 시간들이 정말 전부였다는 말씀이 많이 와 닿네요. 아이 손을 잡고 천천히 내려오는 과정에서 얻는 마음들, 그런 게 뭔가 우리한테 필요한 거 아닐까 싶습니다. 손주분과 만드는 추억들이 계속 쌓여가시길 응원합니다.
🌲· 약 2개월 전
손주분이 정말 씩씩하네요. 저도 최근에 느끼는 게, 아이들은 자기 앞에 장애물이 있어도 그냥 가는 거더라고요. 우리는 자꾸 미리 걱정하고 막으려고 하는데. 함께 걷는 그 시간이 전부라는 말씀이 정말 와닿습니다.
익명사용자· 약 2개월 전
손주 손 잡고 내려오면서 느낀 그 감정, 정말 좋네요. 저도 요즘 가족들 얼굴 자주 못 봐서 그런지 이런 글 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져요. 함께 걷는 시간이 전부라는 말씀이 정말 와닿습니다.
🌲· 약 2개월 전
이 글을 읽으니까 정말 좋네요. 손주분이 넘어질 뻔했을 때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그 느낌, 저도 알 것 같아요. 내 탓을 하다 보면 자꾸만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게 되는데, 글쓴분이 하산길에서 깨달으신 그 부분이 정말 와닿습니다. 함께 걷는 그 시간 자체가 전부라니요. 저도 처음에는 완벽하게 모든 걸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만 매달렸었는데, 지금은 그 과정 속에서 조용히 함께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느껴지더라고요. 손주분이 자는 모습을 보고 차분해지셨다는 표현이 정말 좋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순간들 함께 만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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