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변호사님께서 1심 판단문을 꼼꼼히 읽고 정리해오라고 했어요. 처음엔 단순히 판사가 어떤 이유로 처벌했는지 알아보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해보니 훨씬 복잡했습니다. 판단문에는 내가 제출한 양형자료들이 얼마나 반영되었는지, 어떤 부분에서 판사가 부족하다고 느꼈는지가 다 담겨 있더라고요.
특히 눈에 띈 부분이 있었습니다. 1심에서 판사가 "피고인이 제출한 반성문과 진술은 일관성이 있으나, 구체적인 재범방지 계획이 미흡하다"고 지적했거든요. 그 문장을 읽고 한참을 생각했어요. 내가 반성문에서 "깊이 있게 반성합니다"라고만 썼는데, 실제로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건지는 안 썼던 거죠. 변호사님도 같은 부분을 짚으셨어요. 항소장에는 단순한 반성을 넘어서 구체적인 변화 계획을 보여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교육 이수증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심 판단문에서 "성인지 교육 이수는 인정하나, 교육 내용이 사건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약하다"고 적혀 있었어요. 내가 교육 이수증만 제출했는데, 실제로 그 교육을 통해 어떤 깨달음을 얻었고, 어떻게 내 생각을 바꿨는지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은 거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교육 이수증 자체는 단순한 증거일 뿐,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내가 그 과정에서 뭘 배웠는지 서술해야 했던 거죠.
1심 판단문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건, 판사가 내 직장 복직 의사와 회사의 지원 편지를 반영해서 "피고인의 사회적 안정성과 재범 위험성 저하 가능성을 인정한다"고 썼다는 부분이었어요. 내가 그냥 서류로 올린 것들이 실제로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니까요. 그렇다면 항소심에는 그 자료들을 더 강화해서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호사님과의 상담에서 "항소심은 1심의 실수를 보완하는 무대"라고 하셨어요. 1심 판단문의 지적 사항들이 곧 내가 보강해야 할 부분이라는 뜻입니다. 새로운 양형자료를 만들기보다는, 1심에서 제출했던 것들을 더 깊이 있게 다시 정리하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어요. 반성문은 재작성해서 구체적인 행동 계획을 넣기로 했고, 교육 이수증과 함께 그 교육이 내 인식 변화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서술하기로 했습니다.
솔직히 아직도 항소심 과정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불안하지만, 1심 판단문을 정리하면서 한 가지 깨달은 건 있습니다. 판사도 결국 내가 제시하는 자료와 말로만 내 진정성을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래서 양형자료를 만들 때 '형식적으로' 제출하면 안 된다는 걸 느꼈어요. 각 자료마다 왜 이걸 제출하는지, 이게 내 변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줘야 합니다. 아직 항소심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 시간들이 헛되지 않도록 준비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