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들 학교 수상식이 있었습니다. 생활 태도 상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아내가 사진을 찍어서 보내줬는데, 아이가 무대에서 받는 모습을 보니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건이 터진 지 1년 가까이 되면서 아이들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는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작년 같은 시기만 해도 학교 행사 참석이 쉽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혼자 가는 경우가 많았고, 제가 가더라도 마음이 불편했어요. 주변 시선이 신경 쓰인다기보다는 그냥 제 자신이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있나 싶은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판사님이 판결 때 "가정에서의 책임 역할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처음엔 그 말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 몰랐습니다. 이제는 압니다. 아내한테 할 수 있는 것, 아이들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일상에 스며 있다는 걸요. 특별한 게 아니라 정말 평범한 것들이지만요.
요즘은 저녁 시간을 거의 집에서 보냅니다. 퇴근 후 헬스장에 가던 루틴은 여전하지만, 집에 와서 아이들과 밥 먹고 간단한 숙제 봐주고 하는 시간을 정해두었습니다. 아내가 일찍 퇴근하는 날은 함께 아이들 학용품 사주러 가기도 하고요. 크게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이런 것들이 쌓이면서 가정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걸 느껍니다.
아들 상장 얘기를 꺼낸 건, 아이가 받은 상도 중요하지만 제가 그 수상식에 참석할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마음 놓고 갈 수 있고, 무대 앞에서 사진도 찍을 수 있는 위치에 서 있다는 게요.
항소심 진행 중이긴 하지만, 이미 1심 판결을 받은 상태라 어느 정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아내가 어떤 마음으로 지내고 있었는지를 조금씩 보게 되더군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아들이 상장 받은 날, 집에 와서 저랑 아내가 아이를 안아줬습니다. 아이는 그냥 좋다고만 했지만, 저는 그 순간이 작은 회복 같다고 느꼈어요. 멀리서 보던 일상이 다시 제 발 아래에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지만, 이런 순간들이 있으니까 견딜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