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간 생활 리듬이 완전히 무너졌어요. 경찰 소환장을 받은 그날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밤새 뒤척이다가 새벽 서너 시에야 겨우 졸고, 아침이 되면 온몸이 무거웠어요. 처음엔 불안감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조사 일정이 잡혔을 때부터 변호사와의 상담, 반성문 작성, 합의 진행까지 하나하나가 마음의 짐이 되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반영된 거였어요. 밥도 제때 먹지 못했습니다. 어머니가 밥을 차려주셔도 한두 숟가락 떠먹다가 집어던졌어요. 그러다 보니 체중이 많이 빠졌고, 회사 동료들이 눈에 띄게 말을 걸어올 정도였습니다. 회사에는 이 상황을 알리지 않아서 더 힘들었어요. 일하면서도 내가 지금 형사절차 중이라는 생각만 자꾸만 들었고, 집중이 안 됐습니다.
수사 단계를 거쳐 검찰 송치까지 가면서 조금씩 현실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변호사 선생님이 "이 단계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을 때 조금 정신이 들었습니다. 합의금 액수를 정하고, 진정성 있는 반성문을 쓰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을 거라는 증거들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러면서 의외로 규칙적인 일상이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변호사 상담 있는 날을 미리 알고, 그 전날 밤에 질문 리스트를 정리하고, 다음날 아침을 계획하는 식으로 작은 틀을 만들었어요. 그렇게 하니까 자다가 깨는 일이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아침에 산책을 나갔어요. 처음엔 남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서 물론 힘들었지만, 밥을 제때 먹고 나니까 몸도 조금씩 변했습니다.
공판 준비 단계에 들어가면서 생각의 방향을 조금 바꿔봤어요. "내가 지금 이 절차를 잘 견디는 것도 책임을 지는 과정이다"라고 생각하니까 더 견딜 수 있었습니다. 밥을 제때 먹는 것, 충분히 자는 것, 변호사 선생님과의 상담에 성실하게 참여하는 것, 이런 작은 것들이 모두 양형자료에 반영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판사님도 결국 "이 사람이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를 보실 텐데, 폐인처럼 지내는 것보다 최선을 다해 절차에 임하는 모습이 더 진정성 있게 전달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완벽하게 회복된 건 아닙니다. 밤에 갑자기 판결 생각이 나면 가슴이 철렁해지기도 하고, 식욕이 확 떨어질 때도 있어요. 하지만 조사 때와 비교하면 정말 달라졌습니다. 어제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산책하고, 변호사님과 재판 준비 상황을 점검했어요. 이 과정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마음이 놓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