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심 판결문을 받았어요. 예상했던 결과긴 했는데, 실제로 손에 들었을 때는 또 다르더라고요. 변호사님도 합리적인 선고라고 말씀하셨고, 검찰과의 협상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판결문에 적힌 글자들을 읽으면서 한동안 멍했어요.
생각해보니 지난 몇 개월간 양형자료를 준비하면서 나름 착각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성문을 잘 쓰고, 교육도 이수하고, 합의도 이루고, 심리검사 결과도 좋으면 어떻게든 감경될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거든요. 물론 이런 자료들이 도움이 되는 건 맞아요. 변호사님 말로는 제 경우 이런 준비가 없었으면 훨씬 더 무거웠을 거라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법원은 생각보다 일관성 있고 엄격하다는 걸 느껴요.
판결문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은 게, 모든 노력이 "감경 사유"일 뿐 "무죄 사유"는 아니라는 거였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막상 판결을 받으니 그게 얼마나 다른 개념인지 이해가 됐습니다. 내가 반성했으니까, 피해자와 합의했으니까 벌을 안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잘못된 거였어요. 그건 단지 상황을 조금 나아지게 할 수 있을 뿐이라는 거요.
지금 생각해보니 양형자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건 '점수 따기' 같은 게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변호사님이 자꾸 강조하셨던 '진정성'이 정말 핵심이었어요. 반성문 몇 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내용이 실제로 내 생각인지, 행동인지를 법원이 본다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변호사님이 반성문을 고칠 때마다 "너무 과하지 않냐"고 했는데, 지금 이해가 됩니다. 판사들은 그런 거 다 본 사람들이니까요.
한 가지 더 배운 게 있다면, 선고 전까지 할 수 있는 준비와 할 수 없는 준비를 구분해야 한다는 거예요. 저는 심리상담을 기간이 끝나고도 계속했어요. 변호사님은 "이미 기록에 올라갔으니 더 이상 자료를 추가해도 법원은 참고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 말을 이해 못 했어요. 하지만 판결문을 읽으니 정확히 특정 시점까지의 자료만 평가된 거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계속하는 상담은 항소 대비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앞으로 항소를 할지 말지는 변호사님과 더 상담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이번 판결이 과하다고 느껴지면 당연히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지만, 그게 실제 감경으로 이어질 확률과 리스크를 따져봐야 하니까요. 지금은 판결문을 여러 번 읽으면서 어떤 부분에서 감점을 받았는지, 다음 단계에서 뭘 달리 준비할 수 있을지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번 경험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까 싶어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