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시 나간 지 이제 석 달째다. 처음 일주일은 정말 어색했다. 사무실 문을 열 때마다 누군가는 나를 보고 표정이 굳었고, 점심시간에 혼자 먹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횡령이라는 낙인이 몸에 붙어 있다는 걸 느끼는데, 그게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내가 만든 결과라는 게 매일 뼈저렸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다. 복직 면접 때 변제 완료 증명서와 합의서를 제출했고, 외부 상담 진단서도 함께 봤다. 회사는 그걸 보고 "최소한 책임감 있게 처리했다"는 판단을 했던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간 건 아니다. 하지만 인사담당자가 이번 달부터 신입 온보딩 업무를 맡겨줬다. 아무도 예상 못 했을 일이다.
이 일을 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신뢰는 한 번에 회복되는 게 아니라, 매 순간의 선택이 모여서 만들어진다는 것. 마감을 제때 챙기고, 보고를 투명하게 하고, 동료와 대화할 때 눈을 맞추고, 실수가 있으면 즉시 말한다. 이런 작은 것들이 쌓인다. 신입들이 내 지도를 받으면서 "이 사람이 정말 그런 일을 했나?"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지금 나는 그런 질문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의심받을 만한 이유를 계속 만들지 않으면 되니까.
다만 현실은 까다롭다. 월급이 들어오면 절반 이상이 변제금으로 나간다. 합의서에 따라 일정 기간 추가 납부가 남아 있다. 신용도 복구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고, 대출은 아직 꿈도 못 꾼다. 동료들이 전세 이야기를 할 때 나는 전세금을 낼 돈이 없다는 생각만 든다. 그런데 이 제약들이 오히려 내 일을 더 진지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이 자리를 잃을 수 없으니까.
검찰 처분이 언제 떨어질지는 아직 모른다. 변호사님 말론 합의서와 양형자료 패키지가 "긍정적 평가"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없다. 혹시 모르니 법원까지 간다면 직장 내 이 석 달의 기록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지각 없이, 실수 없이, 투명하게. 이런 게 종이로 남는 것도 이상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다다.
직장 복귀가 처벌 감경을 받는 것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오히려 거기서부터 진짜 책임이 시작되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변제금을 냈고, 서류도 제출했지만, 매일 출근해서 같은 자리에서 그 일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일하는 게 더 무거운 처벌이라고 할까. 그런데 이상하게, 그게 맞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