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받던 그 몇 개월 동안 저는 거의 밥을 먹지 않았어요. 아침에 일어나도 입맛이 없었고, 점심은 건너뛰고, 저녁에 억지로 죽 같은 걸 마시는 수준이었습니다. 변호사님과 첫 상담했을 때 제 얼굴을 보고는 "많이 힘드셨겠네요"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제 모습이 얼마나 망가져 보였는지를 말하는 거였던 것 같아요.
재판이 진행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변호사님이 합의 진행 상황과 양형자료 준비 과정을 정리해주시니까, 적어도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반성문을 몇 번이나 다시 쓰고, 상담 기록을 정리하고, 피해자분 측과 합의 협상을 진행하면서 제 머리도 좀 더 명확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밥 생각도 나기 시작했어요.
특히 공판 준비를 하던 시기가 기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법정에 갔을 때 제 모습이 너무 초라하면 안 될 것 같은 마음도 들었고, 변호사님이 "건강 관리도 중요합니다"라고 한마디 하신 게 영향을 준 것 같아요. 그 이후로는 매일 아침 계란과 밥, 국을 챙겨 먹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처음에는 몇 숟갈밖에 못 먹었지만, 한두 달이 지나니까 거의 정상적인 양을 먹을 수 있게 되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수면과 식사 같은 기본적인 루틴을 유지하는 것도 형사절차를 거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습니다. 몸이 지쳐 있으면 마음도 약해지고, 판단력도 흐려지니까요. 저도 이제 아침을 먹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게 습관이 되었는데, 그게 제 일상을 되찾는 첫 번째 단계였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