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선고를 받고 한 달쯤 지났을 때 항소를 결정했습니다. 처음 선임했던 변호사분과 상담하면서 "이 정도면 항소 가능성이 있다"는 말씀을 들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항소장을 작성하고 항소심 준비에 들어가면서 뭔가 답답한 기분이 자꾸 들었어요. 변호사분이 바쁜 일정 때문에 자주 못 봤고, 제 질문에 대한 답변도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항소심에서 새로 제출할 증거나 주장의 방향성에 대해 여러 번 물었는데 "법원에서 판단할 것이니 일단 이대로 진행해도 괜찮다"는 식의 답변만 반복되더라고요.
결국 항소심이 시작되기 한 달 전쯤 다른 변호사분을 찾아갔습니다. 처음엔 변호사를 중도에 바꾸는 게 과연 좋을까 하는 걱정이 많았어요. 수사 때부터 준비한 걸 다시 정리해야 하고, 새로운 변호사분도 케이스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테니까요. 하지만 상담을 받아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새로 만난 변호사분은 1심 판결서를 꼼꼼히 읽으면서 재판부가 어떤 부분에서 의심을 가졌는지, 항소심에서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셨거든요. 1심에서 충분히 제출하지 못했던 증거들을 정리하고, 법적 주장의 골격을 다시 짜는 과정도 함께했습니다.
항소심 첫 공판 때 가장 달랐던 부분은 기선제압이었어요. 이전 변호사분은 검사의 주장에 대응하는 식으로 방어 위주였다면, 새 변호사분은 우리 측의 논리를 먼저 제시하고 1심 판결의 논리적 허점을 지적하는 공세적인 자세를 보여주셨습니다. 물론 항소심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준비 과정만 해도 확실히 다르다는 걸 느껴요. 변호사 선임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이번 경험으로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혹시 항소를 고민하고 있으신 분들이 있다면, 현재 변호사분과의 소통이 충분한지 먼저 점검해 보시길 권해요. 질문했을 때 명확한 답변이 돌아오는지, 케이스의 강점과 약점을 제대로 분석해 주시는지 정도를 기준으로요. 항소는 1심과 달리 이미 판결이 난 상태에서 그 판결의 오류를 지적해야 하는 거라 변호사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너무 늦지 않았다면 변호사 선임을 재검토하는 것도 나쁜 선택이 아닐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